신생아를 키우며, 살림에 전념 중 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성적,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에 대해 노력을 쏟다보니,
양육, 상차림, 집청소 등에 대해서는 관심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늦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요리, 집청소 등 과거엔 관심없던 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안함을 선물하는 방법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 식사를 준비합니다.
먹지 못하고 출근할 때도 많지만, 따뜻한 국물에 밥 한수저라도 입에 넣어줍니다.
아침일찍 출근하는 피곤함, 붐비는 지하철, 반복되는 직장생활. 남편에겐 제가 아는 그 고단함에 책임감 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아이를 보는 남편 눈에서는 꿀이 뚝뚝 흐르고, 혀 한토막은 족히 짤려나간 듯한 그 애교에 적잖이 놀라기도하지만,
아이 키울 동네, 주변 이웃, 교육비에 대해 언급하는 그 책임감에 안도와 안쓰러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기꺼이 져주는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합니다.
양가 부모님이 주신 반찬에 쌀밥 한그릇, 국물하나 추가한 작은 정성이지만, 응원의 마음을 이렇게나마 전달해 봅니다.

집안 곳곳을 물걸레질 합니다.
과거의 저는 집에 먼지들이 먼지공이 되어 굴러다녀도 청소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미 직장생활에 지친 몸을 청소에 쏟느니, 맛있는거 먹고 누워 쉬는게 좋았습니다.
지금은 신생아에게 혹여 먼지가 닿을까, 온도/먼지 등에 알러지 있는 섬세한 남자사람이 불편함을 느낄까, 노심초사 가구를 들어가면서 까지 바닥을 닦습니다.
어제는 침대아래와 화장실 벽면을 청소했습니다. 그날 밤 퇴근한 남편의 '집에 오니 기침이 멈추네' 라는 한마디에 오늘 내가 특별한 일을 한 것만 같은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가 먼지를 닦아서, 제가 온습도를 쾌적하게 맞춰나서, 편안함을 느낀거겠죠? 화려함을 내보여 얻던 성취감을 집에서 살림을 하며 이렇게 가슴가득 즐겨봅니다.
매일 세탁기로 빨래를 합니다.
집안 가득 아기세제향으로 가득합니다. 옷 뿐 아니라 아기인형/침구류/아기거즈수건까지 세탁하다보니, 세탁기가 쉴 새가 없습니다.
어제 빤 빨래는 개어서 정리하고, 새로 빤 빨래는 빨래걸이대로 향합니다.
빨래 횟수가 많아지다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옷은 잘 관리하면 다시 맛있게 입을 수 있겠고, 이건 이제 버려야겠구나." 물건을 정리해나갑니다.
가진 물건의 관리보다 물건을 사고, 버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제 삶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장보기
임신 중기부터 육아휴직을 하며 집밥을 만들었습니다.
두명이 점심 뺀 나머지 끼니를 먹는데만 한달에 50만원이 들었습니다. 물론 외식비를 뺀 금액입니다.
그 이후로 4개월이 지났습니다. 일주일에 10만원씩 썼던 장보기 비용이 꽤 줄었습니다.
이제는 이미 가진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양가부모님이 주신 식재료를 십분 남김없이 이용합니다.

이번주는 장보는데 약 2만원을 썼습니다.
내일은 새로 구입한 양파를 이용해 된장찌개를 끓일겁니다. 그리고 어릴적 주말마다 카레를 먹었다던 남편에게 된장찌개 재료를 깍둑썰기해서 카레를 만들어줄 예정입니다.
양배추와 미역줄기는 출산 후 다이어트 중인 절 위한 식재료입니다.
육아휴직자의 밥상에는
긴장 풀린 쉼과 감사의 마음이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일이 따분하고, 의미없을거라 생각했지만,
따뜻하고 말랑한 아이 옆에서, 몸에 좋은 음식을 해먹고, 주변을 깨끗히 정리하는 제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보이는 것을 성취하는 삶은 아닐지라도,
남편과 아이에게 집의 편안함을 선물하고, 내 자신을 아끼는 이 시간들이 복직 후 그리워 질 것 같습니다.